『비전공자를 위한 첫 코딩 챌린지 with HTML&CSS』는 HTML·CSS를 쉽게 이해하고 나만의 웹사이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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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집필 계기
비전공자 30일 챌린지 영상을 통해 책 집필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엔 내가 뭐라고 이런 제의가 들어오나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개발자라면 책 제의 한 번쯤은 다 받아본다고 들었다. 나는 취준생인데 받은 제의니까 좀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정신승리).
책 제의를 수락한 이유는 간단하다. 나 스스로 공부도 하고 스펙도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책을 집필하기엔 책임감이 부족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번 시작한 일은 꼭 마무리를 보기 때문에 책을 집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내 책임감은 빛을 발했고 책이 나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벼운 책임감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각한 고통이 따라왔다.
여담으로 여기서만 말하자면 처음에 책 제의를 받았을 때 혼자 기술서를 집필하는 건지 몰랐다. 듣고 싶은 대로 들어서 그랬는지 비전공자 중에 코딩을 접해본 사람들의 경험담을 담는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어려웠던 부분과 재밌던 부분 몇 가지를 골라 이야기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초안을 편집자님께 전달하고 피드백을 통해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땐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

책 집필 과정
난 아무것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니 막막했다. 첫 문장을 썼다 지웠다 10번 반복하고 겨우 1장을 작성했는데 편집자님이 별로라고 했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는 글을 써본 적도, 심지어 HTML, CSS 전문가도 아니었다. 단순히 코딩을 한 달 동안 열심히 해서 얻은 지식이 전부였다. 이때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내가 책을 쓰기엔 너무 어리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우선 쓰고 보자'였다. 어쨌든 내가 겪은 과정을 알려주면 되는 거고, 내가 이미 배운 건데 큰 틀을 잡아가다 보면 글도 써질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일단 글을 써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았지만, 덕분에 수정을 정말 많이 했다. 어떤 장은 수정을 전부 다시 할 정도로 이상하게 쓴 챕터도 있었다.
이제 좀 알 것 같다
개념을 설명하고 요약하고, 간단한 퀴즈도 풀어보는 방식으로 책을 쓰다 보니 원고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어려웠던 점은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배울 땐 어떻게 그려질지만 알면 바로 구현하고 끝이었는데 책으로 설명하다 보니 더 쉽게,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도록 생각하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어차피 공식문서가 있고 책을 완성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원고를 원성했다
매일 밤 퇴근하고 한줄 한줄 적었다. 하다가 친구랑 온라인 스터디를 열어서 쳐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직장인이 퇴근하고 매일 밤 무언가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다들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책을 써야 한다는 의무가 있었고, 지루하면서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나름 견딜 만 했다.
그 결과 원고를 완성했다. 중간중간 목차가 바뀌고 컨셉이 바뀌면서 혼란스러웠던 것도, 놀고 싶은 주말마다 집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던 슬픔도 모두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책을 다 썼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뿌듯했다.
하지만 수정이란 관문이 남아있었다. 책을 출판하기 전에 배타 리더를 모집해 먼저 책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구하는 과정이 있다. 사실 배타 리더를 모집했을 때, 최종 프로젝트 계획이 바뀌어서 배타 리더분들이 앞 장을 읽으시는 동안 열심히 뒷장을 작성했다. 배타 리더분들 중에 실력자도 계셔서 무서운 속도로 읽으시는 걸 간신히 막아냈다. 그래도 원고는 완성해서 너무 뿌듯했다.
큰일이다
수정이 미친 듯이 많았다. 배타 리더분들이 해주시는 피드백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내가 나의 원고를 다시 볼 때였다. 왜 그렇게 썼는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 개념들이 너무 많았다. 그동안 문장, 단어만 보다 전체 컨셉과 챕터를 보면서 어색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무서웠다. 자칫하다간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못된 책이 돼버릴 것 같았다.
그때부터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편집자님은 조판을 해야 할 단계가 왔다고 했다. 하루하루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한 책에 쓰이는 단어가 몇 개인지 세 본 적이 있는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그 많은 단어를 하나하나 생각해내면서 맞는지 체크하는 과정이 지옥 같았다. 기술 용어뿐만 아니라 평범한 단어조차 사전을 찾아야 불편하지 않았다. 모든 작가가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도 불안했다.
결국 무한 수정을 해도 끝이 나지 않자 편집자님이 우선 조판을 맡기자는 제안을 하셨다. 사실 내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말했다. 근데 맨날 수정하고 있으니 답답하셨나 보다. 결국 조판에 들어갔고 일주일 정도 휴식 기간을 가졌다.
휴식 기간 동안 신경 쓰여서 쉴 수나 있을까 했지만 정말 까맣게 잊고 잘 살았다.
큰일이다2
조판본이 나왔다. 너무 예뻤다. 구글 문서에 투박하게 적힌 맑은고딕들이 깔끔한 글이 되었다. 정말 신기한 게 구글 문서로 몇 번을 읽어도 지나쳤던 문장들도 눈에 잘 들어왔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 수정할 게 엄청 많이 보인다는 소리다. 미칠 노릇이었다. 구글 문서로 수십번 봤던 문장들이 다 이상했다. 분명 안 보였는데, 분명 괜찮았는데 조판본으로 보니 너무 이상했다.
조판본은 PDF이기 때문에 어도비 아크로벳 DC를 통해 수정했다. 뭔가 작가들의 세계의 입문한 것 같아서 신기했다. 그리고 다시 한자 한자 수정하다 보니 새로운 책이 탄생했다. 아마 조판사님이 나를 많이 원망했을 것이다. 기껏 열심히 편집했는데 거의 다시 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나도 너무 힘들었다. 조판본까지 나온 소중한 글들을 다 지워가며 머리 터질 듯이 생각하고 고쳐 넣는 게 쉽지 않았다. 이때 생각했다. 다시는 책을 집필하지 않겠다고. 맨날 밤새워가며 책을 쓰니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싶고, 삶이 피폐해지는 기분이었다. 괜히 미디어에 나오는 작가들이 초췌하게 그려지는 게 아니었다.
책 집필이 끝났다
PDF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책의 완성도가 올라갔다.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의 과정을 겪으며 내 집필은 끝을 내렸다. 편집자님은 인쇄하러 사라지셨다. 그리고 내 삶은 조용해졌다. 원고에 대한 질문도 없었고, 내일 쓸 내용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제일 좋았던 건 머리가 안 아프다는 점이었다. 책 쓰는 동안 머리가 미친 듯이 아팠는데 이제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신경썼던 부분
- 설명이 정확한지
- 사용된 단어가 적절한지
- 목차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 난이도가 적절한지
- 재미가 있는지
- 더 좋게 설명할 수 있는지
걱정한 부분
- 틀린 내용이 있는지
- 틀린 내용이 있는지
- 틀린 내용이 있는지
얻은 것
만병통증을 얻었...이 아니고 내가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걸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 글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예전에 썼던 블로그를 보면 글에 두서도 없고 형식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노션으로 기술 블로그를 새로 개설하면서 정리를 하다 보니 내가 목차를 정리했던 방법과 비슷하게 정리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판단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두 번째, 걸어 다니는 사전이 되었다. MDN을 너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HTML, CSS에 대한 설명이 자판기처럼 나왔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겠지만 아직도 생생한 걸 보니 이 기억은 오래갈 것 같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계속 공부도 할 예정이다.
세 번째, 새로운 경험을 얻었다. 책을 쓸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작가님이란 소리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내가 작가라니.. 작가는 엄청 대단하고 지식이 풍부하고 멋있고... 그런 존재 아니던가. 초보라는 말이라도 붙여야 안도감이 생길 것 같다. 내 인생의 프리퀀시(?)가 채워진 기분이다.

잃은 것
삶의 방향성을 잃었다. 책을 출판하면 탄탄대로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아니고 나는 원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근데 원래 살던 대로 살기가 싫었다. 책을 집필하는 동안 코딩에 더욱 관심이 갔고 개발하는 내 모습을 매일 밤 상상했다. 그래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아서 앞뒤 안 보고 하기로 했다.
다행히 나이가 깡패라는 말처럼 주변에서도 '아직은' 괜찮다고 해줬다. 물론 도전에 나이가 어딨겠냐마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책임감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제약이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도전하는 내 모습이 좋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보시면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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